4. 골목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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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 여빈

지병을 앓던 구 순경 마누라가 떠나던 날

골목길은 발 디딜 틈이 없었다

곡을 치며 상여가 대문을 타고 넘자

바닥에 데굴데굴 구르는 울음이 골목을

팽팽히 잡아당겼다

구씨 마누라가 떠나고

남겨진 아이들 소매에선 땟국이 흘렀다

술에 취한 육척거구 구씨가 골목길을 쥐락펴락

겨루던 날도 전봇대는 끄떡 거리지 않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구씨가 어머니 성화에 처녀장가를 들었다고

골목은 옆 골목에게 쑥덕거렸다

구씨는 그 해에 산파를 골목길로 불러 들였고

담장을 타고 넘던 비명이

골목길을 할퀴고 간 아침

녹난 대문에 숯과 빨간 고추가 주렁주렁 매달렸다

 

구씨가 골목길로 돌아오는 퇴근에 맞춰

아낙들은 시간을 점치고

시계를 맞춘 후

시계 밥을 먹였다

구씨네 아기울음소리가 벽을 타고 넘어가면

골목길은

퉁퉁 불은 산모 젖처럼 부풀어 올랐다

 

구씨의 남겨진 아이들은

골목길을 고무줄처럼 늘어뜨리며

땅거미가 질 때까지 땅따먹기 놀이를 했다

가끔 포대기에 갓난쟁이를 폭 싸고 돌아오는 구씨 걸음을

바싹 따라붙는 다른 걸음이

 

바람에 나부끼는 기저귀처럼

 

골목에 전설을 풀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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