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사무소
-강여빈
중학교 갈 서류에 붙일 등본을 떼러 가니 문이 닫힌 동사무소 앞, 친구들이 벌 떼
마냥 들러붙었다. 시간이 지났으니 내일 오면 언제든지 등본을 떼어 주겠다는데 친구들은 아저씨 팔다리를 붙잡고 늘어졌다. 일수쟁이 딸 유현이도 뼈 접골 집 딸 순정이도 역전 집 딸 선영이도 . . 나는 김 집사님이 짜 준 쉐타 속으로 젖멍울이 스멀스멀 비집고 나오는 열세 살 계집애였다. 동 직원이 친구들의 쳐 놓은 덫에 갇혀 있을 때 그 광경을 지켜보던 나는 “내일 오면 등본 해 주나요?” 하고 작은 소리로 물었다. 일순간 술렁거리던 골목에 고요가 민방위 사이렌처럼 짧게 흘렀다.
나는 손을 바지에 찔러 놓은 채 동사무소에서 걸음을 되돌렸다. 반도 소아과 지나 시장 길로 질러오는 내내 동직원의 말이 귓가에 맴돌았다.
너는 참 착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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